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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름 8월의 시모음 - 이해인, 윤보영

by flowerandbee32 2025.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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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8월의 시모음

여름을 맞아 여름 시 모음 2탄을 준비했습니다. 7월의 시모음에 이은 8월의 시모음을 감상해 보시죠.

계절의 중턱, 8월을 맞이하며

뜨거운 태양과 짙은 녹음이 교차하는 8월은 여름의 절정이자 가을로 넘어가는 관문입니다. 한해의 반환점을 넘어선 이 시기는 자연도, 사람도 잠시 멈춰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시간을 준비하게 합니다.

8월의 시모음
8월의 시모음

이번 포스팅에서는 11편의 감각적이고 서정적인 여름 8월의 시모음을 통해 8월이 주는 휴식·성찰·희망의 메시지를 깊이 있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임영준 - 8월의 초상

작품 원문

야금야금 베어 먹어도
살금살금 기어다녀도
청춘은 간다

넘실 거리는 바다
흐르는 살별을 따라
영그는 섬

다시 한번
익을 만큼 익었으니
기다림의 선을 그어 가리라

작품 해설
  • ‘청춘’의 소실: 시간이 진행형으로 소모되는 현재진행형 젊음.
  • 성숙의 메시지: ‘익을 만큼 익었다’는 표현으로 자기 완결적 성장을 강조합니다.

이해인 수녀의 '8월의 기도' & '8월의 시'

8월의 기도

곰팡이 냄새 가득한
우울한 이야기들로
잠이 오지 않던 장마철
단물도 향기도
다 빠져버린 과일처럼
맛이 없던 일상의 시간들을
햇볕에 널어야겠습니다.

8월엔 우리 모두
해 아래 가슴이 타는
한 그루 해바라기로 서서
주님을 부르게 하소서.

그리움조차 감추어두고
오랜 나날 헤어져 산
남과 북의 한겨레가
같은 땅을 딛고
같은 하늘을 우러르며
하나된 나라에서 살게 하소서

절망했던 만큼의 희망을
큰 나무로 키우며
사랑의 삽질을
계속하게 하소서
하나 되기 위한 진통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용서의 어진 눈빛과
화해의 맑은 마음으로
함께 바라보는 산천이
더욱 아름다운 곳
어머니 나라의 평화
하나 된 겨레의 기쁨
꼭 이루어 내게 하소서.

8월엔 우리 모두
기다림에 가슴이 타는
한 그루 해바라기로 서서
주님을 부르노니

작품 해설
  • 장마와 햇볕: 부정·우울의 습기를 걷어내고 밝은 태양으로 전환되는 희망.
  • 해바라기: 신앙·일체감의 상징. 남과 북, 분단의 고통 너머 화해·통일을 꿈꾸는 기도문 형식.
  • 사랑의 삽질: 물리적 노동으로 상징되는 실천적 사랑, ‘삶의 현장’에서 평화를 건설하자는 요청.

8월의 시

햇볕에 춤추는 하얀 빨래처럼
깨끗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

영혼의 속까지 태울 듯한 태양 아래
나를 빨아 넣고 싶다

여름엔
햇볕에 잘 익은 포도송이처럼
향기로운 땀을 흘리고 싶다
땀방울마저도 노래가 될 수 있도록
뜨겁게 살고 싶다

여름엔
꼭 한번 바다에 가고 싶다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온
선 이야기를 듣고 싶다
침묵으로 엎드려 기도하는 그에게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오고 싶다

작품 해설
  • 깨끗한 기쁨: ‘하얀 빨래’ 이미지를 통해 몸과 마음이 모두 정화되는 순간을 은유합니다.
  • 포도송이·땀방울: 익어가는 포도처럼 성숙에 이르는 과정을 표현, 수고의 흔적조차 노래가 되길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 바다·선: 연륜을 지닌 배를 의인화해 ‘삶의 스승’으로 제시, 자연의 순환 속에서 배우는 겸손을 강조합니다.

윤보영 - 8월의 선물 & 8월 마중

8월의 선물 원문

8월은
내가 나에게 휴식을 선물하는
의미 있는 달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를 열면서 다짐했던 것을
실천하고 있는 나에게
선물을 주는 8월

그 선물속에는
가족과 친구가 있고
함께 지낸 사람들의
고마움도 담겨 있겠지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또 다른 한 해를 향한 남은 시간도
더 빠르게 지나가겠지요

8월에 받은 선물이
가을과 겨울로 이어져서
행복이 될 수 있게
꿈이 담겼으면 좋겠습니다.

그 8월을 나에게 선물하겠습니다.
사랑을 선물 받겠습니다.

8월 마중 원문

해 돋는 언덕으로
곧 만날 8월을 마중 와 있습니다.

무성한 풀잎 냄새보다도
낙엽 느낌이 더 진한 걸 보니
8월이 가까이 와 있나 봅니다.

8월에는
아름다운 시간으로 채우겠습니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도 듣고
그동안 만나지 못한
그리운 사람도 만나겠습니다.

느낌 좋은 9월이
미소로 걸어올 수 있게
행복한 마음으로 보내겠습니다.

8월을 마중 나온 내 안에
절로 미소가 이는 걸 보니
떠날 준비 중인 7월도 만족했나 봅니다.

애썼다.
내 친구 7월!
사랑한다.
행복한 선물 8월!

작품 해설
  • 마중‧배웅 구조: 7월을 보내고 8월을 맞는 ‘시간의 의인화’로 순환적 시계를 자각하게 합니다.
  • 자기 보상: 상반기 목표 달성의 성취감을 휴식이라는 형태로 구체화, 월(月) 단위 셀프 케어를 강조.

오세영 - 8월의 시

작품 원문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 오는 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전
한번쯤은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산을
생각하게 하는 달이다.

작품 해설
  • 정상 직전의 쉼: 무한 전진하던 삶이 속도 조절에 들어가는 시점.
  • 꽃·파도 대비: 피고 지는 순환, 파도의 왕래처럼 ‘끝이자 시작’— 8월을 사이클 전환의 메타포로 묘사합니다.
  • 단풍 예고: 초록이 한창인 와중에도 가을을 예견하며, 미래 대비의 시사점을 제시.

蕓香 도지현 - 8월의 시

작품 원문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고
쭉 벋은 큰길이 있으면
자드락 길도 있고 에움길도 있더라

세상의 일이란
가면 오고, 오면 가야 하는 것
숨차게 달려온 길
잠시 멈춰 쉬어 가는 여유도 있어

8월은
힘들게 달려온 세월
잠시 쉬어 가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날씨가 휴식을 주는데

인생의 여정에서
잠시 휴식을 가지고 여유롭게 사는 것
그런 맛이 있어
8월은 살 만한 계절이 아닌가 싶다

작품 해설
  • 길의 변주: 오르막·내리막·자드락(좁고 경사진 길)·에움길(우회로)로 인생 여정을 설득력 있게 비유.
  • 하늘의 계시: ‘더위가 주는 휴식’이라는 역설. 자연이 부여한 쉼표로 여름철 슬로 라이프를 제안합니다.

이채 - 8월의 바다

작품 원문

8월의 바다
그 바다에서
얼마나 많은 연인들이 만나고
그리고 헤어졌을까

넘실대는 파도에 하얗게 이는 물보라
그 물보라에
얼마나 많은 사랑이 밀려오고
그리고 쓸려 갔을까

그래서
겨울바다는 늘 쓸쓸한가 보다
8월의 바다 그 바다 저편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숲으로 떠 있는 외로운 섬 하나

하얀 갈매기 날고
구름도 쉬어가는 그곳
그곳에 혹시
보고픈 연인이라도 머물고 있지나 않을까

그래서
그 섬은 늘 그리운가 보다

작품 해설
  • 해후와 이별: 물보라·파도·갈매기 등 해변 정경 속에 담긴 관계의 순환성.
  • 외로운 섬: ‘험난한 사랑의 파편’이 고이는 곳. 섬에 투영된 회상의 힘이 여운을 생성.

천준집 - 8월의 편지

작품 원문

8월엔 당신께 편지를
적겠습니다
뜨거운 태양만큼 내 마음의
열정을 모두 담아 당신께
보내 우리다

혹여
가슴으로 쓴 편지가 눈물에 젖는다
하더라도
시원한 파도 소리와
계곡의 물소리
종달새 울음소리도 함께
담겠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솔바람은
끈적한 살갗에 스치 우고
땡볕에 울어주는 매미 소리가
한 가닥 위안이 되는 8월
그 8월에 당신께 편지를
적겠습니다

작품 해설
  • 열정·청량의 동시적 표현: ‘태양의 열정’과 ‘계곡 물소리’가 편지에 동반.
  • 소리 이미지: 파도·종달새·매미— 청각적 장치를 통해 한여름 감각을 풍부하게 재현.

8월 시모음 감상 가이드

테마별 감상 포인트

  • 쉼과 전환: 여름의 열기 속에 잠시 걸음을 늦추고 내면을 정비합니다.
  • 성찰과 희망: 과거의 무게를 직시하면서도 ‘가을·미래’를 준비하는 의식 전환.
  • 자연과 교감: 바다·폭포·숲·해바라기 등 자연 요소를 통해 인간 내면의 움직임을 시각화.
  • 공동체 의식: 분단·평화·가족·친구 등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얻는 연대와 위안.

감상 팁

  1. 소리로 읽기: 매미 소리·폭포·파도 등 청각 이미지를 상상하며 음독해 보세요.
  2. 냄새·촉각 연상: 땀이 맺히는 오후, 시원한 그늘에서 읽을 때 시어가 더 생생히 다가옵니다.
  3. 색 대비 관찰: 초록과 노을빛, 흰 빨래와 푸른 바다의 대비가 주는 시각적 충돌을 느껴보세요.

결론: 8월, 뜨거움 속의 휴식과 재도약

11편의 시는 뜨겁게 달궈진 8월을 찬양하면서도 그 이면의 고요한 휴식, 곧 다가올 가을을 향한 새로운 발걸음을 준비하게 합니다. 시인들은 각기 다른 언어로 ‘멈춤’과 ‘재출발’을 노래하며 독자에게 자신만의 8월을 설계하라고 조언합니다. 무더운 한낮에도 이 시들을 통해 마음을 식히고, 남은 하반기를 위한 에너지를 충분히 충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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