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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7월의 시 모음, 7월 좋은시 - 이해인 외

by flowerandbee32 2025.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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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시 모음, 7월 좋은시 - 이해인, 오정방 짧은시 모음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해인 수녀 시인을 중심으로, 7월의 정취와 여름의 깊이를 노래한 일곱 편의 시를 엄선하여 '7월의 시 모음' 소개합니다. 짙어지는 여름 속에서 시 한 편이 선사하는 서늘한 바람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이해인 시 모음은 나중에 따로 포스팅할게요.


7월의 시 모음, 7월 좋은시

한 해의 절반을 넘어서는 7월은 계절이 본격적으로 여름으로 접어드는 달입니다. 나무는 짙은 녹음으로 하늘을 덮고, 땅은 작열하는 태양 아래 숨 가쁘게 생명을 키웁니다. 여름비는 때로 장대처럼 쏟아져 묵은 먼지를 씻어내고, 저녁이면 풀벌레 울음이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이런 7월의 풍경은 시인들의 감각 속에서 다채로운 언어로 재탄생합니다.

여름단상 - 이해인

아무리 더워도 덥다고
불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차라리 땀을 많이 흘리며
내가 여름이 되기로 했습니다

일하고 사랑하고 인내하고 용서하며
해아래 피어나는 삶의 기쁨속에
여름을 더욱 사랑하며
내가 여름이 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기도하며
여름을 시작하는 삶의 기쁨

감상

이 시는 ‘덥다’는 조건적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들여, 오히려 여름 그 자체가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냅니다. ‘일하고 사랑하고 인내하고 용서하며’라는 네 개의 동사는 단순히 활동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이 여름의 열기처럼 뜨겁게 삶을 끌어안는 방식을 제시합니다. 이해인 시인이 자주 구사하는 간결하면서도 명징한 어휘는, 읽는 이로 하여금 ‘여름은 견뎌내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숨 쉬는 벗’이라는 깨달음에 이르게 합니다. 끝 행의 ‘기도’는 계절이 주는 신비와 인간의 겸손을 한데 묶어, 여름이라는 시간에 영적 깊이를 더합니다.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 이해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오

감상

치자꽃은 한낮의 작열 속에서도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여름의 전령입니다. 시인은 치자꽃이 ‘질 때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순간에 주목하며, 그 안에 숨은 슬픔과 아름다움을 포착합니다. 꽃에 대입한 ‘눈물’ 이미지는 인간 관계의 깊이를 드러내는데, 우리가 만나는 이들의 향기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자각은 곧 ‘조금 더 사랑할’ 동력이 됩니다.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라는 구절은 개인적 체험을 넘어 공동체적 평화를 지향하는 사랑의 시학을 보여 줍니다.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7월의 후각적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향기로 상징되는 인간적 배려를 실천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여름이 오면 - 이해인

산에 오르지 않아도
신록이 숲이 마음에 들어차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묵묵히 기도하며
이웃에게 그늘을 드리워주는
한 그루 나무가 되자고 했지

바다에 나가지 않아도
파도 소리가 마음을 흔드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탁 트인 희망과 용서로
매일을 출렁이는 작은 바다가 되자고 했지

감상

이 시는 ‘공간’의 물리적 이동 없이도 자연의 내적 체험이 가능하다는 깨달음을 제시합니다. ‘산에 오르지 않아도’, ‘바다에 나가지 않아도’라는 반복구조는 행위의 부재가 곧 감각의 부재를 의미하지 않음을 상기시킵니다. 시적 화자는 ‘그늘을 드리워주는 나무’, ‘출렁이는 작은 바다’라는 은유로 존재의 사회성을 강조합니다. 타인에게 쉼을 제공하고 희망을 건네는 일은, 광활한 자연을 직접 찾는 행위 못지않게 숭고합니다. 특히 ‘탁 트인 희망과 용서’라는 표현은 여름 햇빛처럼 강렬하면서도 정화의 이미지를 품고 있어, 독자로 하여금 자신 역시 누군가에게 바다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7월이 오면 - 오정방

훨훨 날아가는 갈매기
옛 친구처럼 찾아올
7월이 오면
이육사를 만나는 것으로
첫날을 열어보리

활활 타오르는 태양이
소낙비처럼 쏟아질
7월이 오면
청포도를 맛보는 것으로
첫날을 시작하리

감상

오정방 시인은 7월의 시작을 ‘이육사’와 ‘청포도’로 상징화합니다. 청포도는 한국 근현대 문학사에서 이육사의 대표작인 ‘청포도’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일제강점기 민족적 염원을 함축한 상징이기도 합니다. ‘첫날을 열어보리’, ‘시작하리’라는 미래 지향적 어조는, 7월이 개인적 계절 경험을 넘어 역사적 기억을 소환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갈매기와 태양, 소낙비 같은 시각적·청각적 이미지가 강렬하게 대비되면서, 계절 변주의 리듬감을 살아 있게 합니다. 시 속 화자는 7월을 맞이하며 의도적으로 ‘맛보고’ ‘만나는’ 행위를 계획함으로써, 시간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려는 의지를 드러냅니다.


7월 - 이수인

장맛비 그친 하늘 위에
구름꽃 둥둥 피어나고
풀벌레 소리 높여 노래하는
할머니 모시저고리보다
햇빛이 더 짱짱한 칠월

피자두 적포도 청포도 복숭아
한입 물면 새콤달콤한 달
바람이 인색하게 불어도
넉넉하게 살찌우고 가는 칠월

한 해의 반은 감사로 보내오니
남아 있는 소망도 접지 않게 하소서
멀리서 오고 있는 가을을 위해

감상

이 시는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7월이 지닌 ‘실한 풍요’를 다층적으로 묘사합니다. ‘구름꽃’이라는 환상적 표현과 ‘풀벌레 소리’의 의인화가 결합해 청각과 시각이 동시에 확장됩니다. 과실의 나열은 계절적 수확의 기쁨을, ‘할머니 모시저고리’는 우리 고유의 생활 문화를 환기해 7월을 ‘가까운 일상’으로 끌어옵니다. 중간 연에서 ‘바람이 인색하게 불어도’라는 조건적 제약이 등장하지만, 곧이어 ‘넉넉하게 살찌우고 가는 칠월’로 전화되어 긍정성을 회복합니다. 결말부 ‘가을을 위해’ 남겨 둔 여백은, 시간의 순환 속에서 부족함보다 남은 가능성에 집중하라는 시적 조언으로 읽힙니다.


장마 - 김명관

7월은
슬픈 하늘을 품고 산다
너를 사랑하고부터
누구에게도 줄 수 없는 마음
사랑할수록 커져가는 목마름은
그렁그렁 눈물로 맺히고
눈물방울 떨어진 자리마다
낯선 인연 풀처럼 돋아도
너는 아직도 그 자리

감상

김명관 시인의 ‘장마’는 계절 현상으로서의 장마를 넘어, 사랑의 ‘목마름’과 ‘기다림’을 묵직하게 투사합니다. ‘슬픈 하늘’과 ‘그렁그렁 눈물’은 장마비의 시각적 이미지를 그대로 끌어다 쓰지만, 그것을 사랑의 심상으로 치환합니다. 빗방울이 떨어질 ‘자리’마다 새로운 인연이 돋아난다는 구절은, 상실과 탄생의 모순된 감정을 동시 포섭합니다. 하지만 화자는 ‘너는 아직도 그 자리’라고 단언하며, 시간의 흐름에도 불변하는 존재를 강조합니다. 7월의 비가 지닌 대기적 무게가, 사랑의 무게와 겹쳐지며 독자에게 한층 더 깊은 정서를 불러일으킵니다.


7월의 바다 - 박우복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밀려드는 너와
흔적 없는 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너의 외침이 가슴을 때릴 때
나를 묶고 있던 온갖 기억들은
하얀 포말이 되어 흩어져 버렸다

슬퍼하지 말자
기뻐하지 말자
밀려드는 파도도 거부하지 말자

7월의 바다는
나의 마음을 먼저 알고
아픈 추억을 만들지 않는다

단 둘이만 있을지라도!

감상

박우복 시의 배경은 ‘7월의 바다’이지만, 핵심은 파도와 기억이 상호 작용하며 만들어 내는 심리적 해방에 있습니다. ‘밀려드는 너와 흔적 없는 나’라는 대조는 주체와 타자의 경계, 혹은 과거와 현재의 거리감을 시각화합니다. 파도는 ‘외침’이자 ‘거부할 수 없는’ 자연적 운명이 되어, 인간의 의식을 거듭 씻어 냅니다. ‘슬퍼하지 말자’와 ‘기뻐하지 말자’는 반복은 감정의 중용을 선언하며, 바다에서 배우는 순응의 미덕을 강조합니다. 마지막 행의 느낌표는, 둘 사이를 둘러싼 고독도 바다 앞에서는 충만한 세계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결론: 7월을 건너는 법, 시로부터 배우다

이해인을 비롯한 여러 시인들은 저마다의 언어로 7월을 노래합니다. 누구는 치자꽃의 향기로, 누구는 장마 속 눈물로, 또 다른 이는 청포도의 푸른 서약으로 7월을 기억합니다. 공통점은 ‘뜨거움’과 ‘풍요’, 그리고 그만큼의 ‘그늘’과 ‘기다림’을 함께 포용한다는 사실입니다. 7월이 건네는 교훈은 분명합니다. 햇살이 강할수록 그늘을 만들고, 비가 거셀수록 젖은 발을 씻어낼 깨끗한 물웅덩이가 필요하다는 것. 이제 당신의 7월도 한 편의 시처럼, 때로는 뜨겁고 때로는 서늘하게 흘러가기를 바랍니다. 바쁜 일상 가운데 짧은 구절이라도 마음에 새기고, 치자꽃 향기 같은 작은 사랑을 퍼뜨리는 달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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