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8월의 시모음
여름을 맞아 여름 시 모음 2탄을 준비했습니다. 7월의 시모음에 이은 8월의 시모음을 감상해 보시죠.
계절의 중턱, 8월을 맞이하며
뜨거운 태양과 짙은 녹음이 교차하는 8월은 여름의 절정이자 가을로 넘어가는 관문입니다. 한해의 반환점을 넘어선 이 시기는 자연도, 사람도 잠시 멈춰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시간을 준비하게 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11편의 감각적이고 서정적인 여름 8월의 시모음을 통해 8월이 주는 휴식·성찰·희망의 메시지를 깊이 있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임영준 - 8월의 초상
작품 원문
야금야금 베어 먹어도
살금살금 기어다녀도
청춘은 간다
넘실 거리는 바다
흐르는 살별을 따라
영그는 섬
다시 한번
익을 만큼 익었으니
기다림의 선을 그어 가리라
작품 해설
- ‘청춘’의 소실: 시간이 진행형으로 소모되는 현재진행형 젊음.
- 성숙의 메시지: ‘익을 만큼 익었다’는 표현으로 자기 완결적 성장을 강조합니다.
이해인 수녀의 '8월의 기도' & '8월의 시'
8월의 기도
곰팡이 냄새 가득한
우울한 이야기들로
잠이 오지 않던 장마철
단물도 향기도
다 빠져버린 과일처럼
맛이 없던 일상의 시간들을
햇볕에 널어야겠습니다.
8월엔 우리 모두
해 아래 가슴이 타는
한 그루 해바라기로 서서
주님을 부르게 하소서.
그리움조차 감추어두고
오랜 나날 헤어져 산
남과 북의 한겨레가
같은 땅을 딛고
같은 하늘을 우러르며
하나된 나라에서 살게 하소서
절망했던 만큼의 희망을
큰 나무로 키우며
사랑의 삽질을
계속하게 하소서
하나 되기 위한 진통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용서의 어진 눈빛과
화해의 맑은 마음으로
함께 바라보는 산천이
더욱 아름다운 곳
어머니 나라의 평화
하나 된 겨레의 기쁨
꼭 이루어 내게 하소서.
8월엔 우리 모두
기다림에 가슴이 타는
한 그루 해바라기로 서서
주님을 부르노니
작품 해설
- 장마와 햇볕: 부정·우울의 습기를 걷어내고 밝은 태양으로 전환되는 희망.
- 해바라기: 신앙·일체감의 상징. 남과 북, 분단의 고통 너머 화해·통일을 꿈꾸는 기도문 형식.
- 사랑의 삽질: 물리적 노동으로 상징되는 실천적 사랑, ‘삶의 현장’에서 평화를 건설하자는 요청.
8월의 시
햇볕에 춤추는 하얀 빨래처럼
깨끗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영혼의 속까지 태울 듯한 태양 아래
나를 빨아 넣고 싶다여름엔
햇볕에 잘 익은 포도송이처럼
향기로운 땀을 흘리고 싶다
땀방울마저도 노래가 될 수 있도록
뜨겁게 살고 싶다여름엔
꼭 한번 바다에 가고 싶다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온
선 이야기를 듣고 싶다
침묵으로 엎드려 기도하는 그에게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오고 싶다
작품 해설
- 깨끗한 기쁨: ‘하얀 빨래’ 이미지를 통해 몸과 마음이 모두 정화되는 순간을 은유합니다.
- 포도송이·땀방울: 익어가는 포도처럼 성숙에 이르는 과정을 표현, 수고의 흔적조차 노래가 되길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 바다·선: 연륜을 지닌 배를 의인화해 ‘삶의 스승’으로 제시, 자연의 순환 속에서 배우는 겸손을 강조합니다.
윤보영 - 8월의 선물 & 8월 마중
8월의 선물 원문
8월은
내가 나에게 휴식을 선물하는
의미 있는 달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를 열면서 다짐했던 것을
실천하고 있는 나에게
선물을 주는 8월
그 선물속에는
가족과 친구가 있고
함께 지낸 사람들의
고마움도 담겨 있겠지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또 다른 한 해를 향한 남은 시간도
더 빠르게 지나가겠지요
8월에 받은 선물이
가을과 겨울로 이어져서
행복이 될 수 있게
꿈이 담겼으면 좋겠습니다.
그 8월을 나에게 선물하겠습니다.
사랑을 선물 받겠습니다.
8월 마중 원문
해 돋는 언덕으로
곧 만날 8월을 마중 와 있습니다.
무성한 풀잎 냄새보다도
낙엽 느낌이 더 진한 걸 보니
8월이 가까이 와 있나 봅니다.
8월에는
아름다운 시간으로 채우겠습니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도 듣고
그동안 만나지 못한
그리운 사람도 만나겠습니다.
느낌 좋은 9월이
미소로 걸어올 수 있게
행복한 마음으로 보내겠습니다.
8월을 마중 나온 내 안에
절로 미소가 이는 걸 보니
떠날 준비 중인 7월도 만족했나 봅니다.
애썼다.
내 친구 7월!
사랑한다.
행복한 선물 8월!
작품 해설
- 마중‧배웅 구조: 7월을 보내고 8월을 맞는 ‘시간의 의인화’로 순환적 시계를 자각하게 합니다.
- 자기 보상: 상반기 목표 달성의 성취감을 휴식이라는 형태로 구체화, 월(月) 단위 셀프 케어를 강조.
오세영 - 8월의 시
작품 원문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 오는 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전
한번쯤은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산을
생각하게 하는 달이다.
작품 해설
- 정상 직전의 쉼: 무한 전진하던 삶이 속도 조절에 들어가는 시점.
- 꽃·파도 대비: 피고 지는 순환, 파도의 왕래처럼 ‘끝이자 시작’— 8월을 사이클 전환의 메타포로 묘사합니다.
- 단풍 예고: 초록이 한창인 와중에도 가을을 예견하며, 미래 대비의 시사점을 제시.
蕓香 도지현 - 8월의 시
작품 원문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고
쭉 벋은 큰길이 있으면
자드락 길도 있고 에움길도 있더라
세상의 일이란
가면 오고, 오면 가야 하는 것
숨차게 달려온 길
잠시 멈춰 쉬어 가는 여유도 있어
8월은
힘들게 달려온 세월
잠시 쉬어 가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날씨가 휴식을 주는데
인생의 여정에서
잠시 휴식을 가지고 여유롭게 사는 것
그런 맛이 있어
8월은 살 만한 계절이 아닌가 싶다
작품 해설
- 길의 변주: 오르막·내리막·자드락(좁고 경사진 길)·에움길(우회로)로 인생 여정을 설득력 있게 비유.
- 하늘의 계시: ‘더위가 주는 휴식’이라는 역설. 자연이 부여한 쉼표로 여름철 슬로 라이프를 제안합니다.
이채 - 8월의 바다
작품 원문
8월의 바다
그 바다에서
얼마나 많은 연인들이 만나고
그리고 헤어졌을까
넘실대는 파도에 하얗게 이는 물보라
그 물보라에
얼마나 많은 사랑이 밀려오고
그리고 쓸려 갔을까
그래서
겨울바다는 늘 쓸쓸한가 보다
8월의 바다 그 바다 저편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숲으로 떠 있는 외로운 섬 하나
하얀 갈매기 날고
구름도 쉬어가는 그곳
그곳에 혹시
보고픈 연인이라도 머물고 있지나 않을까
그래서
그 섬은 늘 그리운가 보다
작품 해설
- 해후와 이별: 물보라·파도·갈매기 등 해변 정경 속에 담긴 관계의 순환성.
- 외로운 섬: ‘험난한 사랑의 파편’이 고이는 곳. 섬에 투영된 회상의 힘이 여운을 생성.
천준집 - 8월의 편지
작품 원문
8월엔 당신께 편지를
적겠습니다
뜨거운 태양만큼 내 마음의
열정을 모두 담아 당신께
보내 우리다
혹여
가슴으로 쓴 편지가 눈물에 젖는다
하더라도
시원한 파도 소리와
계곡의 물소리
종달새 울음소리도 함께
담겠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솔바람은
끈적한 살갗에 스치 우고
땡볕에 울어주는 매미 소리가
한 가닥 위안이 되는 8월
그 8월에 당신께 편지를
적겠습니다
작품 해설
- 열정·청량의 동시적 표현: ‘태양의 열정’과 ‘계곡 물소리’가 편지에 동반.
- 소리 이미지: 파도·종달새·매미— 청각적 장치를 통해 한여름 감각을 풍부하게 재현.
8월 시모음 감상 가이드
테마별 감상 포인트
- 쉼과 전환: 여름의 열기 속에 잠시 걸음을 늦추고 내면을 정비합니다.
- 성찰과 희망: 과거의 무게를 직시하면서도 ‘가을·미래’를 준비하는 의식 전환.
- 자연과 교감: 바다·폭포·숲·해바라기 등 자연 요소를 통해 인간 내면의 움직임을 시각화.
- 공동체 의식: 분단·평화·가족·친구 등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얻는 연대와 위안.
감상 팁
- 소리로 읽기: 매미 소리·폭포·파도 등 청각 이미지를 상상하며 음독해 보세요.
- 냄새·촉각 연상: 땀이 맺히는 오후, 시원한 그늘에서 읽을 때 시어가 더 생생히 다가옵니다.
- 색 대비 관찰: 초록과 노을빛, 흰 빨래와 푸른 바다의 대비가 주는 시각적 충돌을 느껴보세요.
결론: 8월, 뜨거움 속의 휴식과 재도약
11편의 시는 뜨겁게 달궈진 8월을 찬양하면서도 그 이면의 고요한 휴식, 곧 다가올 가을을 향한 새로운 발걸음을 준비하게 합니다. 시인들은 각기 다른 언어로 ‘멈춤’과 ‘재출발’을 노래하며 독자에게 자신만의 8월을 설계하라고 조언합니다. 무더운 한낮에도 이 시들을 통해 마음을 식히고, 남은 하반기를 위한 에너지를 충분히 충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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